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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8/02/04 15:46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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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니까... 음... 이건 잔상의 러프스케치랄까


1.
"좋은 남자 한테는 좋은 담배 냄새가 나는 거야, 임마."
"웃기시네."
친한 마초녀석에 말에는 비웃었지만, 그럴지도 몰라- 라고 처음 생각한 날.

멀리서 성큼성큼 걸어오는 두부형을 우리는 왠지 알아맞혔다.
그가 찍은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 뭔가 묘한데,
전혀 경계하지 않은 듯 특별한 긴장감이 없고
아이들 스스로의 의지로 얌전하게 렌즈 속에 담겨버린 것 같다.
아하, 알 것 같아.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.
인스턴트 커피병을 무심히 건네는 모습,
쓸데없는 배려는 하나도 없지만 너무나 충분한-
자동으로 무장해제되는 그런 기분을 우리 모두 느꼈으니,
더 예민하고 순정한 아이들의 눈에는 오죽했으랴.

다음날, 국밥을 먹는 모습이
마치 전날 술을 마신 사람처럼 보인다고 말하자
마셨잖아? 했다.  
아하하 그렇군요. 맥주 한 잔.
진짜로 좋은 남자 한테는 좋은 담배 냄새가 나는 건지도 몰라.


2.
어느 미학 대학원을 다니던 선배가 정신분석학 얘기를 하다가
나더러 히스테리자인 것 같다고 했다.
나는 "글쎄? 아마도 도착증자?" 하고 말았다. 무슨 새로운 혈액형별 분류인가- 풉
근데 블로그에서 보아온 그는 강박증자일 거라고 나도 모르게 추측했었다.
사실 잘 모르지만 그냥 듣기엔 강박증자가 훨씬 재밌고 멋지니까.
근데 그는 실제로 너무 '멀쩡한' '대학생'이었다.
아, 뭐야 깬다- 라고 잠깐 생각했지만, 그 영민함이 어디로 갔을리가 없지.
이내 계속 웃게 만드는 재주를 선보였다.
별 얘기 아닌데, 그렇게 재미있고,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데,
이렇게 설득력이 있다니.
산만한 주제의 대화가 이어지는데도 순간의 순발력들은
계속해서 반짝! 역시, 나의 블로그 아이돌이었어.
아무렴. 리승환 수령님이신데.

무엇보다 술 한 잔 꼭 해야죠?


3.
지하철역 개찰구 앞에서
체셔고양이를 만난 앨리스처럼 약간 긴장한 듯,
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를 하고 있던 소녀는
어쩌면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미친 티파티에
참석한 기분이었을지도 몰라.
나와 두부형에게 계속해서 이렇게 생겼을 줄
예상했다고 말하던 그녀는 색이 선명하고 고운
금붕어처럼 반짝거리는 눈과 볼을 가지고 있었고,
나이와 관계없이 소녀가 확실했다.
어쩌면 그에게는 100% 여자아이일지도 모르죠.
생일날 참가한 미친 티파티는 모쪼록 즐거우셨길.
신데렐라처럼 급하게 귀가해야 했지만
왕자님(글쎄?)과 함께여서 구두는 잃어버리지 않았겠죠.
함께 또 볼 수 있길 바랍니다. :D


+) 그림이 하나도 안 닮은 거 나도 알겠지만, 헤어스타일도 전혀 달랐던 것 같지만
꼭 기억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일수록 더 안 떠오르는 법이지요. (변명) 게다가 머리도 나빠요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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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racked from Real Factory | 2008/02/05 11:22 | DEL
모임의 발단 최근 티스토리에서 저와는 몇만광년의 거리가 있는 두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. 바로 오르페오님과 두부님(구블로그, 현재블로그)인데 어쩌다보니 말 그대로 번개를 하게 되었습니다. 만나기 전날에서야 모임이 확정되었으니 말이죠. 긴 시간 알고 지낸 것은 아니지만 그림과 사진이라는 보기 드문 블로그 테마는 물론 실제 직업마저 그 쪽에 연결된 분들인데다 작품들도 워낙 마음에 들어 염치불구하고 모임을 마련했습니다. 물론 연락은 오르페오님께서 고생하며..
효원 | 2008/02/05 10:23 | PERMALINK | EDIT/DEL | REPLY
새벽에 일어나서 막 왔다갔다 하다가 다시 잠들어버리고 말았죠. 그러다가 어항에 있던 금붕어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꿈을 꿨어요. 눈을 번쩍 떴는데 10시네요.ㅠㅠ 그래도 괜히 기분이 음.. 뭐랄까.. 소풍 전날 밤 샤워하고 이불 속에서 발가락 꼼지락거리는 기분이랄까 그런 기분이 들어서.. 오르페오님한테 왔더니.. 금붕어! 이게 우연일까요?
무언가 가득차면 또 풀어낼 것이 생기겠지요? 다시 만나뵙길 고대합니다.^^

유리의 도시 정말 감사해요.
오르페오 | 2008/02/05 11:51 | PERMALINK | EDIT/DEL
책을 험하게 보기 때문에 상태가 좋지 않을 텐데요. :D
금붕어가 날았다니 효원님께 좋은 일이 생길 꿈이라 여겨집니다. 합격하시면 저를 잊지 말아주소서.(굽신굽신)
지나가다가 | 2008/06/14 13:45 | PERMALINK | EDIT/DEL | REPLY
아프게 사랑했던 사람에게 늘 쓴 담배 냄새가 났었더랍니다

며칠전 버스안에서 옆에 서있던 모르는 남자에게 그런 쓴 냄새가 났더랍니다

좋은 남자에게는 좋은 담배 냄새가 나고

아픈 사랑에게는 쓴 담배 냄새가 나나봐요.

가슴이 쿵..했네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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